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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에 신예랩퍼로 데뷔할 뻔 한 썰

민블이 2021. 1. 7. 19:39

2018년 11월 나는 한 광고대행사에 입사했다.

이 전에 다니던 회사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오래된 회사라 그런지

군대식 문화가 여기저기 뿌리박혀 있었는데

광고대행사는 근무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낮아서 그런지

회사 분위기가 대학교 동아리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만큼 화기애애하고 활기차다는 이야기)

입사하고 첫주에는 신입을 대상으로 OT를 진행했는데

회사가 젊고 활기찬 만큼 이것저것 이벤트들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체육대회, 송년회때는 사내 장기자랑을 실시하는데

들어보니 장기자랑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장기자랑때 신입사원은 무조건 무대에 서야한다는 것이었다.

젊고 깨어있는 회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진성 꼰대회사일지도..?

라는 생각을 곱씹는 순간 OT는 끝났고

어느새 나와 동기들의 6개월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제 체육대회가 얼마 남지 않아서 장기자랑을 슬슬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이 회사, 장기자랑에 꽤나 진심인 편이었던 것이

별도로 계약된 무대 연습실까지 구비해놓고 있었다.

(무슨 아이돌 소속사도아니고 연습실까지;;)

어쨌든 회사에서 멍석을 지대로 깔아줬으니

무대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힙합 장르 음악을 좋아해서

동기 중 동갑이었던 한 친구와 듀엣으로 랩을 하기로 했다.

공연할 곡은 [김하온&박준호 - 어린왕자]

라는 노래였고 내가 박준호 파트를 맡았다...

유튜브를 보면서 래퍼 박준호 군의 제스쳐와

발성을 최대한 따라해보려고 노력했고

퇴근후 틈틈이 연습실에 모여서 꾸준히 연습했다

연습실의 두남자

공연 한 달 전부터 꾸준히 연습을 했고 대망의 공연날이 다가왔다.

한 달 간 일주일에 2~3 번 씩 꾸준히 연습을 하고나니

가사를 생각하지 않고도 읊조릴 수 있는 수준까지 숙달했고

그래서 그런지 당일에도 크게 떨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무대를 뒤집어놓으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이라는걸 해봤다.

연습할때는 이런걸 시키는 회사가 원망스러웠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재밌었다

'나 어쩌면 무대 체질일지도?'

무대에서 날뛰는 MC 박준호

이 날 전문 사진사분들이 오셔서 사진도 찍어주셨는데

덕분에 위와 같은 인생샷을 건질 수 있었다.

여러분들의 눈건강을 위해 얼굴은 비공개 처리했다 :)

축하금 수여식

공연이 다 끝나고 공연축하금 명목으로 두둑하게 한몫 챙길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랩퍼들이 말하는 랩머니..?

처음엔 이런걸 시키는 회사가 이해 안됐다.

모든게 끝난 지금 다시 생각해봤는데

역시나 이해가 안된다.

지금 나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해도

신입사원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장기자랑 시키는건 정말

악폐습이다 악폐습!